오늘은 만성 C형 간염 치료제 후보로 떠오른 글리시리진(glycyrrhizin) 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어렵지 않게,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풀어보겠습니다.
C형 간염이란?
C형 간염은 바이러스에 의해 간에 만성 염증이 생기는 병입니다. 초기에는 대부분 증상이 없어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감염된 줄도 모르고 지내다가 뒤늦게 진단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병이 무서운 이유는, 시간이 지날수록 간세포가 서서히 손상되면서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간경변이 진행되면 간 기능이 떨어지고, 심한 경우에는 간이식을 받아야 할 정도로 악화될 수 있다고 합니다.
기존 치료법의 한계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치료법은 알파-인터페론 주사입니다. 이 방법은 바이러스를 제거하고 간염을 억제하려는 목적으로 사용됩니다. 안타깝게도 성공률이 그렇게 높지는 않습니다.
간경변이 없는 환자에서는 약 20~40% 정도에서만 바이러스가 완전히 제거되고, 간경변이 있는 환자에서는 그 비율이 20% 미만으로 뚝 떨어진다고 합니다. 게다가 치료를 중단하면 다시 바이러스가 활성화되는 경우도 많아서, 치료 후에도 재발 관리가 어렵다고 합니다. 이런 한계 때문에, 다른 대체 치료법을 찾으려는 시도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글리시리진이란?
글리시리진은 우리가 흔히 먹는 감초(甘草) 뿌리에서 얻을 수 있는 천연 물질입니다.
감초는 한방에서도 오래전부터 알레르기 치료나 위염 치료 등에 사용되어 왔습니다. 이 감초의 주요 성분인 글리시리진이 간염 치료에도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게 됐습니다.
일본에서는 벌써 20년 넘게 글리시리진을 만성 간염 환자 치료에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정맥 주사로 투여해서 간 수치를 낮추고, 간 조직의 염증도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었습니다.
글리시리진의 기전은?
현재까지 밝혀진 글리시리진의 주요 작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항바이러스 효과: 글리시리진은 헤르페스 바이러스나 A형 간염 바이러스 같은 여러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관찰되었습니다.
- 간세포 보호 효과: 간세포 막을 안정화시켜 손상을 줄이고, 간 효소 수치(AST, ALT)를 감소시킨다고 합니다.
- 면역 조절 효과: 글리시리진은 면역 세포를 자극하거나, 바이러스 항원의 면역 반응을 증가시켜 간염 바이러스에 대한 방어력을 높일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직 정확히 어떤 메커니즘으로 만성 C형 간염을 완화시키는지에 대해서는 연구가 더 필요합니다. 지금으로서는 '복합적인 작용'으로 간 기능을 보호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부작용은 없는 걸까?
글리시리진은 비교적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부작용도 있습니다. 가장 주의해야 할 부작용은 가짜 알도스테론증(pseudoaldosteronism) 이라고 합니다.
- 몸에 나트륨이 과다하게 쌓이고
- 칼륨이 빠져나가면서
- 고혈압, 부정맥, 심하면 근육 마비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미 고혈압이 있거나, 이뇨제(특히 티아지드 계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저칼륨혈증 위험이 더 높아져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다행히 이런 부작용은 복용을 중단하면 서서히 회복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장기 복용 시 정기적인 혈액 검사와 전해질 모니터링이 필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 임상연구 결과는?
일본에서는 글리시리진 제제인 SNMC(Strong Neo-Minophagen C) 를 사용한 여러 임상연구가 진행되었습니다.
대표적인 연구에서는,
- 만성 간염 환자에게 매일 정맥 주사로 글리시리진을 투여했더니, 혈중 간 효소 수치(AST, ALT)가 뚜렷하게 감소했습니다.
- 장기간(10년 이상) 글리시리진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치료받지 않은 환자들보다 간세포암 발생률이 눈에 띄게 낮았다고 합니다.
- 10년 후 간암 발생률: 글리시리진 그룹 7%, 대조군 12%
- 15년 후 간암 발생률: 글리시리진 그룹 12%, 대조군 25%
이는 단순히 간 수치만 좋아지는 게 아니라, 실제로 간암 같은 심각한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라서 매우 의미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경구 복용은?
몇몇 연구에서는 글리시리진을 캡슐 형태로 경구 복용했을 때도 간 기능 개선 효과가 있었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다만 문제는 글리시리진이 장내 세균에 의해 대사되어 글리시리진산(glycyrrhetinic acid) 으로 바뀐 후에야 흡수된다는 점입니다.
이 과정 때문에 경구 복용은 혈중 농도가 낮아질 수 있어, 정맥 주사와 비교하면 효과가 덜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한 어떤 성분(글리시리진 자체냐, 변형된 글리시리진산이냐)이 실제로 간 보호에 더 중요한지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고 합니다.
나의 의견
글리시리진은 기존 치료에 실패한 만성 간염 환자들에게 꽤 희망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큰 부작용 없이 장기간 사용할 수 있고, 실제로 간암 발생률까지 낮췄다는 점은 정말 괄목할만한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들도 분명 있습니다. 작용 메커니즘이 명확하지 않고, 장기간 복용 시 전해질 불균형 같은 부작용 관리가 필요하며, 경구 복용의 유효성과 안전성도 확실히 검증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글리시리진은 ‘만병통치약’처럼 과장해서 받아들이기보다는, "신중하게 기대할 수 있는 약물" 로 보는 게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이뤄진다면, 글리시리진이 간염 치료의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끝,
만성 C형 간염은 여전히 완벽한 치료제가 없는 병입니다. 그래서 다양한 가능성을 가진 물질들을 찾아보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글리시리진은 오랜 임상 경험과 데이터가 있는 만큼, 향후 더 많은 연구를 통해 새롭게 주목받을 수 있는 약물이 아닐까 기대합니다.
혹시 주변에 만성 간염으로 고생하는 분들이 있다면, 글리시리진에 대해 한번쯤 이야기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의료진과 충분히 상담하고, 본인에게 맞는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출처: Review article: glycyrrhizin as a potential treatment for chronic hepatitis C.(van Rossum, T G;Vulto, A G;de Man, R A;1998)
제가 알아보았을 때에는 논문 요약은 저작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문제되거나 기분이 나쁘시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바로 글을 내리는 조치를 취하겠습니다.